목차
...앞으로 일 년 동안 이 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얘들아, 우리 여기서 천천히 숨을 쉬며 모든 것들과 하나가 되자
3월 씨앗과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남에게 아낌없이 내어 주는 것이 처음에는 손해 보는 것처럼 보여도 나중에는 그것이 돌고 돌아서 열 배 백 배의 이익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 자연의 이차란다. 이것을 ‘공생’이라고 한다. ‘함께 더불어 산다.’라는 것이지.
4월 바우 삼촌, 꽃에다 어떻게 말을
걸어요?
“대화란 반드시 입에서 나오는 말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란다. 설사 말이 통하는 사람일지라도 서로 딴 생각을 하고 있으면 함께
앉아있어도 대화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러나 말 못하는 동물이나 식물이래도 마음을 열고 진시으로 다가서면 대화가
가능하단다.”
5월 바우 삼촌이 손으로 비빈 야생초 비빔밥을 먹자, 냠냠냠
“옛날에 우리 어머니들은 이렇게 맨손으로 직접
비빔밥을 만드셨어. 늘상 하시던 일이라 밥에 들어가는 각종 양념이나 나물의 양이 어느 정도여야 적당한지 정확히 알고 계시지, 그런데 그것이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손으로 아는 것이거든. 사람들은 지식이나 정보가 모두 두뇌에 모여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 우리의 온 몸에 골고루
펴져 있단다.”
6월 야생초를 그리러 가자
“누구든 자연 속에 들어가 자신의 마음을 활짝 열고 자연과 하나가 되면 그 안에서
그림을 그리건 노래를 부르건 모두 천재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만든 완전한 작품인 자연과
하나가 되니까 자기도 따라서 완전해지는 거지.”
7월 놀아야 힘이 나요
“푸- 푸- 안 되는데용?”
“처음부터 되는 게
어디 있니? 계속 해 봐.”
8월 우리 같이 야생초 지도를 그리자
“너희들이 여기와서 야생초를 공부하는 것도 단순히 풀 이름
몇 개 외우자는 것이 아니라, 풀을 통해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나와 자연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깨우치기 위한 거야. 상대방을 더 잘
알수록 세상에 대한 나의 이해력도 더 커지고 생존 능력도 강해지는 법이란다.”
9월 야생초차를 정성 들여 마시자,
꿀꺽!
“무슨 일을 하든 다 마찬가지이지만 차를 마실 때는 특히 ‘마음가짐’이 중요해. 먼저 자세를 바로 하고 마음을 모아 차에 온전히
집중해야 돼. 밥 먹고 숭늉 마시듯이 벌컥 벌컥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조금씩 마시는 거야. 그렇게 정성 들여 마시면 그동안
야생초가 자라면서 빨아들인 하늘과 땅의 좋은 기운을 고스란히 마시는 셈이 되지.”
10월 우리 손으로 야생초 김치를
담궜어요
“야생초 김치를 담그는 순서에 대해 알아보자. 제일 먼저 무엇을 하지?”
“물에 깨끗이 씻어요.”
“그
담엔?”
“소금에 절여요.”
“맞아, 그리고······?”
"양념을 무쳐서 버무려요.”
“훌륭해. 다들 아고 있구나!
알고는 있는데 한 번도 해 보지는 않았다 이거지. 하긴, 해 보지 않으면 알아도 소영이 없지.”
11월 눈을 감고 천천히 천천히
자연과 하나가 돼요
“명상, 명상하는데 도대체 명상이 뭐라고 생각하니?”
“그냥 눈 감고 가만히 있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말하면 잠자는 게 딱이게.”
“음, 삼촌처럼 수염을 허옇게 길러 가지고 나무 밑에 앉아 도 닦는 거?”
“그럼 수염 없는 삶들은
명상할 수 없다는 거냐?”
12월 우리들의 마지막 수업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으면서 자연의 본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야생초야말로 우리를 자연으로 연결해 주는 일급 안내자이지.”
우리들의 일 년, 우리들의 야생초 학교
다정하게
따라와 준 너희들을 참 고맙다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 야생초 학교
“얘들아, 풀 이름 외우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그보다는 풀을 통해 우리 모두의 고향인 자연을 더 잘
이해해야 하지.”
농부이자 생명평화운동가인 바우 황대권 삼촌과 장지원, 구동욱, 이승민, 오지은, 장혜원, 권동형, 구동영 일곱 아이들이
경기도 하남시 이성산 자락에서 야생초를 공부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만났습니다. 야생초 학교에서 아이들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 피어나는
야생초를 만져보고, 그려보고, 느껴보았습니다. 바우 삼촌과 풀피리도 불고 야생초차도 만들고 김치도 만들었지요. 자연 속에서 마음껏 놀면서 친구의
손을 잡았고, 천천히 천천히 풀과 나무와 땅속의 벌레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야생초 학교에서요.
바우 삼촌과 우리들의
첫 만남!
쌀쌀한 2월! 우리들은 ‘야생초 학교’라는 낯선 이름의 학교 문을 두드렸습니다. 야생초를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놀아도 보는 학교라고 해서 호기심 때문에 발을 들여 놓았지요. 그런데··· 야생초 학교 선생님은 수염이 허옇고, 옷도 한복 같은 옷을
입어서 조금 이상해 보이는 바우 삼촌이었어요. 예전에 《야생초 편지》라는 엄청나게 유명한 책을 쓴 작가 분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 삼촌이랑
우리들이 일 년 동안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야생초를 가지고 우리들이 일 년 동안 배운 것들!
씨앗을
보살피고,
꽃에게 말을 걸고,
야생초를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놀아도 보고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닌 하나임을
배워요
3월엔 우리들의 첫 수업이 열렸어요. 우리들은 이성산 들판에 나 있는 씨앗을 찾아보았어요. 엉컹퀴 씨, 도꼬마리 씨, 돌콩
등 이름도 재미난 조그만 씨앗들이 봄이 어서어서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이 날 바우 삼촌은 씨앗을 퍼뜨리는 여러 재미난 방법과 씨앗의 놀라운
생명력을 알려주었고,‘함께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들려주었지요.
4월엔 벚꽃에게 말을 걸었어요. 큭큭큭. 꽃에게 말을
걸라니 너무 이상해서 “바우 삼촌, 꽃에다 어떻게 말을 걸어요?”라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바우 삼촌은 대화란 반드시 입에서 나오는 말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래요. 말 못하는 동물이나 식물이래도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다가서면 대화할 수 있는 거래요.
5월엔 조금 찝찝하기 했지만 바우
삼촌이 손으로 비빈 야생초 비빔밥을 먹었지요. 생풀을 넣고 맨손으로 비빈 비빔밥이라니 맛있을까? 했는데, 우와! 먹어보면 알아요. 삼촌 손맛이
어떤지는요. 냠냠냠!
6월엔 야생초를 그리러 갔어요. 바우 삼촌은 그림을 그릴 땐 ‘조심스럽게 살피고’, ‘관찰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거라고 가르쳐 주셨어요.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한 게 아니래요. 그래서 말인데요, 바우 삼촌은 우리가 그린 그림을 보고 ‘모두
그림의 천재’라고 칭찬해주셨어요. 또 이렇게 말씀해 주셨지요. “누구든 자연 속에 들어가 자신의 마음을 활짝 열고 자연과 하나가 되면 그 안에서
그림을 그리건 노래를 부르건 모두 천재가 되는 거”라고요. 근데 우리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만든 완전한 작품인 자연과 하나가 되니까
저절로 그렇게 되는 거래요. 자연은 참으로 위대해요.
7월엔 풀피리도 불고 꽃 장식 만들기도 했어요. 아무튼 우리들은 놀아야 힘이
난다니까요. 근데 처음부터 쉬운 일은 하나도 없나 봐요. 고까짓 것 뭐 어려울까 싶었는데, 풀피리 부는 게 만만치 않았어요. 힘들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풀피리를 가르쳐주기 위해 특별히 오신 영초 삼촌에게 “안 되는데용?, 삼촌”하고 어리광을 부려보았는데“처음부터 되는 게 어디
있니? 계속 해 봐.”라지 뭐예요. 삼촌 말이 맞아요, 처음부터 되는 일은 없어요, 그래서 우리들은 다시 열심히 불어보았지요. 그랬더니 소리가
나지 뭐예요. 야호!
8월엔 우리가 모이는 이성산 자락에 어떤 야생초들이 살고 있는지 알아보았어요. 야생초 이름 알기도 힘든데 어느 땅에
어떤 야생초가 살고 있는지 살펴보라니 아우, 힘들어서 투덜댔지요. 그랬더니 바우 삼촌이 잔소리를 하지 뭐예요. 놀고자 하는 마음속에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워야겠다는 진지함이 있어야 한다고요. 바우 삼촌 말이 맞는 걸까요? 우리들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가 봐요.
9월,
가을이 오려고 해요. 삼촌에게 차 덖는 법을 배웠지요. 정성껏 차를 덖고, 정성 들여 차를 마시고. 무슨 일을 하던 다 마찬가지이지만 차를 마실
때는 특히 ‘마음가짐’이 중요하대요.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조금씩 정성 들여 마시면 야생초가 자라면서 빨아들인 하늘과 땅의 좋은 기운을 고스란히
마시는 셈이 되니까요. 음, 우리가 만든 향긋한 야생초차!
10월, 우리 손으로 야생초 김치를 담궜어요. 우리는 김치 담그는 순서도 알고,
김치 재료도 알고 있지만 만들어 본 적은 처음이었어요. 알고는 있는데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을 바우 삼촌과 함께 했지요. 해 보지 않으면
알아도 소용없거든요.
11월, 눈을 감고 천천히 천천히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가졌어요. 바우 삼촌이 ‘씨앗 명상’을 가르쳐
주셨지요. 자연을 이해하고, 내가 지구에서 살 수 있는 자격을 가지려면 명상을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해요.
12월, 마지막 수업이었어요. 바우 삼촌과 함께 한 우리들의 야생초 학교가 끝이 났지요. 그렇지만 새로운 공부의 시작은 이제부터예요.
우리가 야생초처럼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자연에게 먼저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공부할 거예요. 작은 식물보다 힘없는 곤충보다 조금 더 힘
센 우리가 먼저 친절해야 세상이 평화로워져요. ‘우리들의 야생초 학교야 고마워’, ‘바우 삼촌 고맙습니다.’
바우 삼촌의
말/ 다정하게 따라와 준 너희들이 참 고맙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일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나. 처음에 너희들을
만났을 때의 그 막연함과 낯설음이 이제 겨우 가시려고 하는데 수업을 마치니 아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그나 저나 이렇게 수염이
허연 삼촌을 무서워하지 않고 다정하게 따라와 준 너희들이 참으로 고맙구나. 덕분에 나도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더 소중한지 알게 되었단다.
지난 일 년 동안 야생초를 주제로 이것저것 알아도 보고 함께 놀아도 보았지만 자연은 여전히 신비 그 자체로 남아있다. 너희는 이제 겨우
그 신비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했을 뿐이야. 진짜는 이제부터야. 새로운 공부가 시작되는 거지. 다시 한 번 당부컨대 풀 이름 하나 외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그 보다는 풀을 통해 우리 모두의 고향인 자연을 더 잘 이해해야 하지.
아이들에게 야생초를 소개하며 생명을 품고 있는 흙과
자연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책. 야생초 편지를 쓴 황대권 님의 저서.
- 채인선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