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고, 학교를 벗어나고, 국가를 버린다!
환상적으로 날아오르고 싶고, 해서는 안 될 짓도 환상적으로 하고 싶은
이건 그야말로 환상 비행(非行)? 비행(飛行)!
◎ 정형화되지 않은 작가의 독특한 시선
지난 2004년 《나의 그녀》로 데뷔해 십 년간 꾸준히 아동청소년문학을 발표해 온 이경화 작가가 새로운 소설집 《환상 비행 ; 가짜 같은 진짜 십 대 이야기》을 선보인다. 제목이 말해 주듯 작품 속 주인공인 청소년들은 때론 너무 진짜 같아서 오히려 가짜 같고, 때론 너무 가짜 같아서 오히려 진짜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작가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 정상과 비정상,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물어 버린다.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고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청소년들의 ‘환상비행’에 관한 이야기기가 정형화되지 않은 작가의 시각으로 펼쳐진다.
◎ 자신만의 인생을 찾으려는 청소년을 응원
이번 소설집에는 동성애자가 아닌 이성애자가 차별받는 세상을 그린
◎ 차례
1 GD 240
2 나쁜 아이
3 가해자
4 참꼰대 진 선생 학생 사랑기
5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작가의 말
◎ 본문 소개
짝!
큰엄마의 두툼한 손이 채이의 뺨을 때렸다. 입안에 피가 번지는 것이 느껴진다.
채이는 고개를 돌려 큰엄마를 똑바로 바라봤다.
“사회 발전이니 뭐니 그런 거 모르겠어요. 나는, 저는, 지금 휘진이 때문에 가슴이 너무 아파요. 미안해서 죽을 것 같다구요. 떠나겠어요.”
“얘야, 잠깐만.”
작은엄마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힘든 길을 가려고 그러는 거야”
채이는 천천히 거실을 가로질러 걸어가 현관 앞에 서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큰엄마가 작은엄마의 팔을 붙들고 있다. 작은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큰엄마는 입술을 깨물며 화를 참고 있다.
“야만의 시대 때 동성애자들도 저와 같은 억압을 받았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하느님은 믿지만 악마는 믿지 않아요.”
채이는 돌아서서 현관문을 열었다. ---- 25~26p
“너무 불쌍해.”
“부모님들은 어떻고.”
“진실이 밝혀져야 할 텐데.”
“국가가 국민을 버렸어.”
학생들은 그날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소리쳤다.
“가만히 있을 거냐.”
그건, 누가 한 말이었을까
“가만히 있을 거냐구.”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지금 당장 전진! 앞으로 전진!”
몸을 일으켰다. 선생들이 건물에서 뛰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가만히 있지 않기 위해, 전진하기 위해, 걸음을 빨리했다. ---- 144~145p
충남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습니다. 가게 점원, 판매 사원, 학원 강사, 논술 지도 등의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 《장건우에게 미안합니다》 《진짜가 된 가짜》《새미와 푸리》 》《너 때문에 세상이 폭발할 것 같아》 등이 있고, 청소년 소설 《나의 그녀》 《지독한 장난》 《저스트 어 모멘트》 《죽음과 소녀》 등이 있습니다.